작가글쓰기 - 경상북도영양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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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내용
제목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작성자
김은주
작성일
2012-08-16 오후 3:28:45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 내는 일

 

ㅡ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ㅡ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아들이 추천하는 책이다. 또한 오랫동안 고등학교학생들에게 권장 도서이기도 하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일상의 수다를 떨기도 한다. 하지만 허허로운 마음은 늘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삶이라는 과제가 나에게 전달되어 그 숙제를 힘겹게 하고 있을 때, 마침 나에게도 봄날이 왔다. 겨울이 긴 이별이 싫어 꽃샘추위로 심술을 부린 던 그날, 영양도서관에서 글쓰기회원 여러분들과의 첫 만남은 내 생에 선물이었다. 한 권의 책만으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때 나는 기분이 좋다. 같이 읽고, 같이 토론하는 회원들이 있어 기쁨이 더 하다. 말이 통하는 회원들이 있어 칠월 무더위도, 장마도 기꺼이 기쁘게 보내고 있지 않은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책 제목만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감옥은 죄를 지은사람들이 자유도 없이 살고 있는 곳인데 그곳에서 사색은 과연 가능할까? 사색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검은색이나 회색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 누리는 자연과 생활환경의 바닥에서 온전한 몸과 정신으로 그곳에서 20년 20일을 살아오신 신영복이라는 사람을 어떤 색을 떠나 본받고 싶다. 흔히 말하는 누구에게나 오는 삶의 시련과도 너무도 다른 힘든 길을 걸었던 작가를 만나고 이 시대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혜택과 평화와 민주주의는 앞서 자신을 희생하고 바르게 살아주신 많은 분들의 덕분임에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라는 구절이 송곳처럼 찔렀다. 살다보니 물건을 사는데 욕심내서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밀어 넣은 식품들, 계절이 지나도 한번도 입지 않고 보관하는 장롱 안 옷들, 집안 구석구석에 있는 잡동사니, 싱크대 서랍 속에 쓰지도 않은 전시용 식기들, 신발장 안의 한 두번쯤 신은 신발들, 살림이나 생활하는데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조차 채우기에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을 한다. 살림살이 뿐 만 아니다. 나 자신은 타인에게 정 있는 사람으로 보이려고 얕은 진심을 숨기고 지나치게 경조사를 챙기고 이름 있는 날들에 얼굴을 내밀었지 않은가? 가족들에게는 또 어떠했는가? 나의 남편이라는 이유로, 자녀에게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얼마나 높고 힘든 기대치를 요구했던가! 나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1968년은 내 기억에도 없는 아득한 시간이다. 통일혁명당사건으로 감옥에서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경험 철학을 작가는 말한다. 신갈나무 잎으로 책갈피를 만들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끝마쳤다. 신발에 깔아 신었다고 붙어진 이름 따라 감옥에서 걸어 나와 자연과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신발에 깔아 드리고 싶다. 또한 작가의 남은 삶이 행복하시길 소망한다. 작가의 감옥살이 끝을 알 수 없었던 그 기구한 세월을 견디며 감옥살이에 격려해주던 아버지, 어머니, 가족의 힘, 그 사랑에 박수를 보낸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의문이 든다.

 가족간에 주고받았던 세상 밖 현재의 일상의 오가는 서신에서 작가의 가족애 뿐 만 아니라, 갇혀있는 공간의 절박한 한계를 넘어 사물과 인간을 바라보는 다양하고 경이로운 시각과 학식 및 심성을 알아볼 수 있어 설렘을 안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삶의 깨달음은 살아본 후에 말할 수도 있지만 한권의 책에서도 많은걸 배울 수 있었다.

 나는 태양을 마음대로 쬐고 있으며, 스쳐가는 한줄기 바람을 훔치려고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된다. 어디나 갈 수 있고 맘대로 물도 쓴다. 창살도 없고 열지 못하는 철문이 아니라 손만 대고 열려라 참깨! 하면 열리는 현관문 안에 산다.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가?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건강한 씀씀이, 건강한 정신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부정을 알아야 긍정도 볼 수 있다는 것을 배워 부정에서도 긍정을 보도록 할 것이다. 감옥 밖에서 담을 무너뜨리고 열린 생각으로,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황이었다면 그보다 나은 판단이나 문제를 해결했겠는가? 하는 이해의 자세로, 나누는 마음으로, 측은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 치의 연민이 섞이지 않은 진심을 가진 따뜻한 눈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삶을 걸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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